2016년 5월 18일 수요일

육체의 악마/도르젤 백작 무도회/클레브 공작부인 [레이몽 라디게, 라 파예트]~

육체의 악마/도르젤 백작 무도회/클레브 공작부인 [레이몽 라디게, 라 파예트]자연스러운 '감정의 반주'가 만들어내는 고통의 시사랑에 빠진 인간 내적 갈등 복잡한 심리 섬세한 묘사프랑스 문학 불멸의 고전적 미학!청춘 연애심리소설의 최고봉!프랑스 문학에는 인간심리, 특히 연애심리를 세세하게 분석하는 소설의 전통이 있다. 17세기 라 파예트 부인이 연애의 순결함을 주제로 한 [클레브 공작부인]으로 그 시작을 알렸다. 그 뒤 18세기 라클로[위험한 관계], 19세기 콩스탕[아돌프] 스탕달[적과 흑]으로 이어지며 프랑스 연애심리소설의 전통은 굳건해진다.1920년 프랑스에서는 내면적인 분석을 주로 하는 심리소설이 많이 나타났다. 리비에르, 라크르텔, 모리아크 등의 작품들로, 이들은 '클레브 공작부인의 아이들'이라고 불린다. 레몽 라디게도 그중에 속한다. 프루스트의 영향, 베르그송 철학과 프로이트적 정신분석의 유행 속에서 명확한 감정분석의 태도는 예술파괴와 새로움 추구가 아니라 프랑스문학의 고전적 미학으로 되돌아가려고 했다.냉혹한 열정 청춘소설[육체의 악마]!1923년에 출판된 [육체의 악마]는 스무 살이 채 안 된 소년이 쓴 글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간결하고 정확한 문체에 연애심리를 깊숙이 해부해 수많은 사람의 감탄을 자아냈다. 연상의 여인과의 연애, 연애에 빠진 남성의 에고이즘, 그 에고이즘의 희생이 된 여성의 죽음 등 격동적인 줄거리, 외면적 자연묘사는 극단적으로 빼고 오로지 내면적 심정풍경을 그리려고 한 점 등은 프랑스 연애심리소설의 전형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저자는 물론 주인공의 나이가 10대 소년이라는 점에서 기존 작품과 다른 신선함마저 느껴진다.[육체의 악마]는 조숙한 소년이 유부녀를 사랑하고 그 남편이 전쟁에 나간 뒤에도 육체관계를 이어가며 그녀의 생활을 망쳐 버린다는, 일견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다. 이 흔해 빠진 이야기를 프랑스 심리소설의 걸작으로 만든 것은, 인간의 심리와 감정을 복잡하지만 기계처럼 움직이는 단순한 메커니즘으로서 분석하는 문체의 단단함이다. 거기에는 애매한 일이나 분명하지 않은 감정은 없다. 게다가 그 문체는 여분의 말을 싹 없애고 농축한다. 인간 심리의 본질적인 요소를 꺼내 농축하고 그것을 냉동 보존한 것 같은 단단함과 차가움이 라디게가 천재라는 증거이다. 대단한 소설이다.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라디게의 마음은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소설을 만들어 냈다. [육체의 악마]는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소설이다. 그러나 투명하게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어둠을 띤 검게 윤이 나는 듯한 소설이다.현대적 퇴폐에 대한 반항[도르젤 백작의 무도회]![도르젤 백작의 무도회]는 라디게가 갓 스무 살이라는 젊은 나이로 아깝게 세상을 떠난 뒤 유작으로서 발표되었다.이 작품은 평범한 의식이 닿지 않는 깊은 곳에 펼쳐진 장기판 위에 상아로 조각된 말이 닿는 소리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작중인물의 저항, 확실한 심리의 도표가 기하학 선처럼 아름답게 남는다. 분명히 작자의 스무 살이라는 나이를 잊게 할 정도로 대단하다. 감정의 분석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을 약속하고, 오로지 그것을 실행하는 것에 이만큼 결백하며 정확한 문체는 젊은이의 알몸처럼 깨끗함을 우리에게 여실히 느끼게 한다.[도르젤 백작 무도회]는 라 파예트 부인의 [클레브 공작부인]과 많이 닮아 있다. 직계 후손이라고 할 만하다. 순결한 연애의 복잡한 구조와 연애심리의 순수한 분석을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모방하며 그것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다.주인공 도르젤 부인도 마치 클레브 공작부인처럼, 자신의 힘으로 정조를 지킬 자신감을 잃고 결국 안에게 도움을 구하려 하지만 그에게 절망하고, 자신이 지금 사랑하는 남자의 어머니 세리외즈 부인에게 편지를 쓴다. 더욱이 연애의 끝은 비극일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본능적으로 피하려고 한다. 이른바 연애에 대해 비관론자인 것이다.[도르젤 백작 무도회]에는 놀랄만한 자제력과 주의의 긴장이 있는데도 퇴폐적이지 않다. 어떤 신선함, 깨끗한 신경과 같은 것이 있다. 현대적인 퇴폐에 대한 항의이다. 앞에서 말한 '자연스러운 감정'의 반주가 고통의 시를 만들어 낸다.순결한 사랑에 기대와 절망[클레브 공작부인]!라 파예트 부인의 대표작 [클레브 공작부인]은 1678년 익명으로 발표되어 파리 사교계와 문학계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프랑스 연애심리소설의 전통을 확립했으며 수많은 후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사랑을 소재로 삼아 나약하고 모순적인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며, 사랑에 빠진 인간의 내적 고민과 갈등, 그리고 그 복잡한 심리를 우아하고 섬세하게 묘사했다. 프랑스 궁정에서 으뜸가는 미인인 여주인공은 어머니 샤르트르 부인의 권고로 클레브 공작과 결혼한다. 남편은 그녀를 더없이 사랑하며 충실한 남편이 되고자 노력하지만, 정작 부인은 우연히 만난 누므르 공작과 정열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아내로서의 의무와 정열의 틈바구니에서 몸부림치며 고민한다. 마침내 결심하고 남편에게 자기의 마음속을 털어놓고 궁정에서 물러나기로 한다. 클레브 공작은 질투로 고민한 나머지 죽는다. 부인은 이제 과부가 되어 자유로운 몸이지만 남편에 대한 의리와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수도원에 들어간다.이 작품의 뛰어난 문학적 가치는 대화의 품위 있는 비애감과 이룰 수 없는 사랑, 아니 일부러 이루지 않는 비극적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한 작가의 심리적 통찰이다. 이성에 대한 믿음·불신, 정념에 대한 혐오와 집착, 순결한 사랑에 대한 기대와 절망이 뒤섞인 한 여인의 이야기는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30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온 세계 젊은이들에게 널리 읽히며 가장 아름다운 프랑스 연애소설로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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