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1일 수요일

그리고 제인 마플이 죽었다 [수잔 캔들]~

그리고 제인 마플이 죽었다 [수잔 캔들]사라진 애거서 크리스티,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살인 예고》등으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영국의 여류 추리소설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 그녀의 삶 속 곳곳엔 슬픔이 묻어 있다. 첫 남편의 외도와 어머니의 죽음을 동시에 겪어야 했던 애거서는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한 채 실제로 행방불명되기도 했었다. 영국은 그녀가 사라진 열하루 동안 그녀의 실종사건을 대서특필했으며 남편 아치 크리스티와 내연의 여자를 (혹시 살해당했을지도 모르는) 애거서의 살인 용의자로 지목하기도 했다. 다행히 죽지 않은 애거서 크리스티는 11일 만에 어느 호텔 방에서 발견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간의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는 열하루라는 시간을 어디서 어떻게 보냈을까?이 책의 저자이자 애거서 크리스티의 광팬이기도 한 수잔 캔들은 오랜 자료조사 기간과 그녀의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 애거서 크리스티의 사라진 열하루의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애거서 크리스티를 닮은 제인 마플, 제인 마플을 닮은 리즈 베르만‘제인 마플’은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에 등장하는 여탐정이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만큼이나 애거서에게는 소중한 인물인 것이다. 애거서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제인 마플은 외모마저도 애거서를 닮아 있다. 통찰력 있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탐정이 아니라 수더분하고 펑퍼짐한, 그야말로 평범함의 극치를 달리는 미스 마플이었다. 그리고 수잔 캔들은 이 소설에서 미스 마플과 같은 선에 있는 또 하나의 주인공을 탄생시킨다. 리즈 베르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녀는 제인 마플 역을 맡게 된 평범한 여자였으며 무대 위에 오르기 몇 시간 전에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그녀는 제인 마플을 닮았고, 애거서 크리스티의 삶과 맞닿아 있다. 남편이 다른 여자를 사랑했고, 한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한 슬픔을 억누르지 못해 애거서 크리스티처럼 ‘죽음’으로 홀연히 사라진다.수잔 캔들은 소설의 중심에 ‘애거서 크리스티’를 놓고 수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수많은 이야기들은 ‘미스터리’를 품고 있으며, 그 미스터리 안에는 결국 쓸쓸한 사랑이 꽁꽁 숨어 있다. 사랑은 아프다, 나를 밀어낸 두 사람으로 인해 애거서는 차를 타고 무작정 나왔다. 아치는 이혼을 원했다. 사랑하는 다른 여자가 있었다. 결혼반지를 나눠 꼈던 곳을 지나쳤다. 그녀는 차를 돌려 그 곳으로 가서 끼고 있던 결혼반지를 내던졌다. 거울을 봤다. 결혼 전 자신의 아름다움에 반해 적극적으로 다가오던 아치를 기억해낸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의 몸은 아름답지 않았고, 그녀의 냄새는 아치를 더욱 밀어내게 만들었다. 음식 앞에 절제할 줄 모르던 그녀의 손을 붙잡아줄 아치가 지금은 여기에 없다. 그녀가 사라진 동안 신문은 아치를 살인 용의자로 지목했고, 그의 숨겨진 여자까지도 낱낱이 밝혀냈다. 그녀가 원했던 일. 그러나 그녀는 완벽한 알리바이를 갖춰놓고도 죽지 못한다. 다시 내던진 결혼반지를 찾아오고, 그녀의 아픈 기억만 모조리 지운 채 열하루 만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간의 기억은 모두 지웠지만 쓸쓸한 한 마디만은 구겨진 종이에 낙서하듯 써놓았다.크리스티타운의 모든 것이 수상하다모하비 사막 끝자락에 세워진 ‘크리스티타운’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소재로 한 추리극 테마도시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와 먼 친척뻘 된다고 주장하는 이안 크리스티의 야심작이기도 하다. 추리극 테마도시에 오프닝 연극을 맡게 된 쎄쎄 카루소는 예산을 아끼기 위해 자신의 지인들을 무대에 세우게 된다. 오프닝 연극이 있던 날, 주인공 제인 마플 역을 맡은 리즈가 오지 않는다. 결국 쎄쎄는 리즈 대신 미스 마플 분장을 하고 무대에 오르고, 간신히 연극을 마칠 무렵 형사가 들이 닥친다.독살당한 리즈 베르만의 살인 용의자로 그의 남편 루가 지목되고, 루의 사무실 직원이었던 린이 루와 내연의 관계임이 밝혀지면서 린이 살인 용의자로 다시 지목된다. 그러는 와중에 크리스티타운의 두 번째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쎄쎄는 크리스티타운에서 일어나는 모든 수상한 일로 인해 애거서 크리스티의 명탐정 제인 마플이 되어보기로 한다.크리스티타운에는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외에도 수많은 이야기들이 모여 산다. 그것들은 슬프기도 하고 유쾌하기도 하며 즐겁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다. 수잔 캔들은 결국 ‘사랑’이라는 주제를 어지럽도록 많은 이야기들 속에 숨겨 놓았으며, 사랑이라는 해결책으로 실타래처럼 엉킨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간다. 그 수많은 이야기 속에는 지금 이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도 숨겨져 있으며 그 엉킨 삶의 굴곡들을 함께 겪으면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볼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사랑은 아프다. 그러나 엉킨 실타래를 풀어줄 단 하나의 행복한 해결책인 것은 의심할 수 없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