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2일 일요일

J.하버쿡 젭슨의 진술 [아서 코난 도일]~

J.하버쿡 젭슨의 진술 [아서 코난 도일]잔잔한 바다 한복판에서 승객 없이 발견된 배 한 척.배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걸까?코난 도일이 밝혀낸 19세기 최고의 해양 미스터리! 1872년 12월 5일. 북대서양을 거쳐 지브롤터를 향해 가던 데이그라티아호는 망망대해를 느릿하게 떠돌고 있는 배 한 척을 발견한다. 한 달 전 선원 일곱과 선장, 선장의 아내와 딸까지 총 열 명을 태우고 뉴욕에서 출항한 그 배에는 놀랍게도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배 위에서 사라진 열 명의 소식은 그 후로 어디에서도 들려오지 않았다. 과연 그들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배 안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지금까지도 풀리지 않은 이 미스터리를 두고, 당시의 언론과 학자들은 수많은 가설을 제시했다. 배에 실려 있던 공업용 알코올의 증기가 폭발했다는 설, 해저지진을 만났다는 설, 해적에게 습격당했다는 설 등. 그중에서도 가장 큰 신빙성을 얻은 이야기는 1884년 1월 [콘힐 매거진]에 익명의 투고자가 발표한 소설 속 이야기였다. 지어낸 이야기이지만 이 소설은 사실적인 묘사와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언론과 문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언론은 소설의 내용을 진실로 여겨 기사로 내보내기도 하였고, 어떤 문학 평론가는 이 작품을 [보물섬]으로 유명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작품이라고 여기기도 했다. 또 다른 이는 에드거 앨런 포에 비교하기도 했다. 작품의 내용만큼이나 출처에 대한 미스터리가 무성했던 이 작품은, 훗날 전설적인 탐정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 코난 도일의 작품이다. 아직 작가로서 그리 이름을 떨치지 못했던 도일은 학생 시절부터 취미삼아 작품을 잡지에 투고하여 몇 번 원고료를 받은 적이 있지만, 이 작품처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전문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적은 처음이었다. 비록 소설가로서 코난 도일을 기억되게 하는 것은 셜록 홈즈지만, 셜록 홈즈 시리즈 속 다양한 즐거움은 도일의 수많은 도전과 경험들이 빚어낸 것이다. 이 책에는 작가로서의 전기를 마련해 준 [J. 하버쿡 젭슨의 진술] 외에도, 존 딕슨 카의[화형 법정]으로도 잘 알려진 전설적인 독살범과 중세 마녀 재판 장면을 섬뜩하게 묘사한 [가죽 깔때기], 20세기 미라를 소재로 한 영화들의 시발점이 된 소설 [경매품 249호], 사방이 얼어붙은 북극해에 고립되어 느낀 공포를 다룬[북극성호의 선장] 등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도일의 세계를 담았다.'남부 출신 신사분은 없고요?' 낯선 이가 열심히 물었다.'없습니다, 선생님.''혹시 승객을 더 받을 자리가 남아 있나요?''세 사람분 선실이 남았습니다.' 사무원이 대답했다.'제가 타겠습니다.' 그 쿼드룬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탈 테니 바로 승선권을 구입할게요. 적어 주세요. 뉴올리언스에서 왔고, 이름은 셉티미어스 고링.'사무원이 양식을 채우더니 낯선 이에게 건네며 아래쪽에 있는 빈칸을 가리켰다. 고링이라는 남자가 몸을 굽혀 서명하는 모습을 본 나는 섬뜩한 공포를 느꼈다. 오른손에 있는 손가락들이 잘려 나가 엄지와 손바닥만으로 펜을 붙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전장에서 수천 번이나 죽음을 목격했고 온갖 믿을 수 없는 외과 수술을 보조했으나, 엄지만이 볼록하게 나온 그 큼직한 갈색 스펀지 같은 손만큼 몸서리나게 역겨운 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J. 하버쿡 젭슨의 진술' 중에서/ p.23)이 독특한 방의 중앙에는 커다랗고 네모진 탁자가 놓여 있었고, 서류며 병 따위와 함께 손바닥 모양의 우아한 마른 잎이 그 위를 어수선하게 뒤덮고 있었다. 탁자 앞에는 미라가 담긴 관이 있었는데 관을 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온갖 물건들을 한데 치워 쌓아 둔 걸로 보였다. 비어 있는 공간으로 보건대 벽으로부터 그 관을 옮겨 온 듯했다. 새까맣게 말라비틀어진 미라는 마치 옹이 진 나무 위에 불탄 머리가 놓여 있는 것처럼, 꺼림칙하게 관 밖으로 반쯤 빠져나온 채 누워 있었다. 뼈가 드러나 보이는 팔과 갈퀴 모양의 손은 탁자 위에 올라가 있었고, 누렇게 낡은 파피루스 두루마리가 석관에 기대어 있었다. 그 앞에 놓인 나무 안락의자에 이 방의 주인이 앉아 있었다.( '경매품 249호' 중에서/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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